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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연속 킨텍스 갔다온 후기카테고리 없음 2023. 6. 6. 01:38
5월은 여러모로 큰 행사가 있던 만큼 오락실 수련을 캔슬하고 행사 갔다오긴 했다.
2주차에 열린 플엑포와 그 다음주인 3주차에 열린 블루아카 온리전.
(특히 전자는 한국 동인행사계의 인디 포지션이자 남성향 온리전이라는 한정된 환경이지만 나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3Impact도 같이 열렸는데 플엑포는 자주 들어온 것도 있어서 꼭 가보고 싶었기에 아쉽게도 불참하게 되었다)
해서 이게 플엑포랑 블루아카 온리전 갔다온 후기를 적는건 아니고 킨텍스... 아니 킨텍스가 위치한 일산이란 곳 그 자체를 가서 즐기고 난 후에 두어번 정도 더 생각을 정리한 후기 되시겠다.
잊을 법 하면 트위터에 언급하기도 했고 아마 나와 사적으로 자주 교류해오신 분들이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지역감정 레벨은 아닌데 일산을 혐오한 적이 있었다. 과거 그곳에서 호되게 당한 게 트라우마 급으로 남게 된 것이 그 이유인데 장장 6년 가까이를 그렇게 보냈었다. 한때 알바하다 만난 나보다 살짝 나이가 많은 이상한 놈이 있었는데 이놈이 여자 소개시켜준다고 만나자 하고서 약속잡고 만났는데 정작 봐야할 사람은 안오고 소개팅 주선한다는 놈은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끌고다니는데 그러면서 폰 좀 빌려달라 해놓고 통화기록 싹 날리질 않나 해서 결국 막차 직전까지 일산에 묶여있다 의심만 남기고 헤어지게 되었다(사실 폰 빌려달라 했을때부터 의심을 해봤어야 하는데 갑자기 태도 돌변하면서 됐다 이럴거면 손절치자 해서 마지못해 넘기게 되었지).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연애경험이 전무한 모쏠인건 둘째치고 전문하사 시절부터 사람한테 배신 당한게 두 번이라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었다. 여기에 대해서 쓰기에는 너무 벗어난 얘기 같으니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쳐주자. 이를 고치기 위해 만난 거였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상품권 대리교환이 기폭제가 되어버린 손절이었고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JLPT N2 시험 일주일 전에 기분 참 싱숭생숭해서 그 당시 영업했었던 역곡 뚜드려로 볼밤샘을 하러 갔는데 그러던 중 그놈의 연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나는 정신적인 죽음을 선언했다. 죽고 나서 다시 태어난 것은 혼돈의 광대였고. 게임에 비유하자면 DMC5의 버질이 죽기 전에 자신의 인간적인 면과 악마적인 면을 분리했을 때로 보면 되는데 나는 그 시점까지의 추억이나 감정들을 일산에 두고 일본으로의 취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그러니까 20대 시절의 인간관계에 뭔 마가 꼈는지 배신감을 느낀 사건이 셋 있었고(하나는 반남페스 당시 만난 현지 P가 하필이면 사이비 종교에 포교당한 놈이라 시작부터 완전 꼬인 케이스) 이를 계기로 사람을 믿지 않는 혼돈의 광대가 완성된 것이다. 이때의 느낌이 어땠냐면 아키바 멜론에서 뭐 뒤질때나 아키바 거리에서 본인 이타백 보고 말을 거는 현지인한테 거의 하악질 수준으로 경계하면서 묻는 말에만 대답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그래도 마냥 나쁜 일만 겪은 건 아닌 게 훗날 호시노 마약공방의 수장님 되시는 분을 만나 호시노 마약공방 공동창립멤버가 되었고 이를 통해 어느정도 마음을 열게 되었지. 인연을 맺은 계기도 내가 죽음을 선언하기 전에 지내온 사람을 계기로 연이 닿은 것이었고. 그렇게 살던 와중에 무언가의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부끄럽게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에서 느낄법한 그런 괴리감이 들었다.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아는 점만 뺀다면 말이지. 그런데 이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가 참 때가 좋았던 건지 맨션 임차 만기일자가 다와가던 시기였고 더 이상 일본에서 지내봤자 별 발전이 없다 생각했던 때라 망설임 없이 귀국했다. 그 후, 밀리 5주년 우치아게를 겸한 조목을 통해 트위터에서 뵀었던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슬슬 때가 되었다 생각해서 가기를 꺼려했던 그 장소로 다시 가게 되었다. 그 때가 딱 22년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내년에는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감정과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게임토피아에서의 좋은 추억과 앞서 말한 일련의 사건들이 융합된 그야말로 애증의 장소에서의 추억회상이라는 감정이 뒤섞여 말 그대로 펑펑 울면서 미친놈 마냥 추억여행을 즐겼다. 술기운과 함께 한 여행이라 그걸 '즐겼다'라는 말을 쓰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일이야 어찌됐던 두 가지는 하나로 합쳐졌으니.
자, 여기까지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었고 그만큼 서론이 길었지만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플엑포나 블루아카 온리전이나 비판점도 있긴 했었다만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보냈다. 그만큼 또 트위터에서만 알고지낸 분들과 실제로 만나서 재밌게 놀았고. 물론 개최지 고질적인 문제인 접근성 문제는 솔직히 내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은게 그러기에는 이미 좋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어왔기에 '불편한 측'에 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포지션인 마쿠하리 멧세행이나 오래 알고지낸 놈 피셜로 이레귤러인 야마노테선 도보종주를 해낸 나에게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 애시당초 그동안 플엑포나 AGF 불참을 선언한 사유가 킨텍스 가기 불편한 이유가 아닌 '심적 부담으로 인한 일산행 거부'가 그 이유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 건지 아니면 작년말 눈물의 추억여행이 두 가지를 합치는 데 성공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놈과 어디서 또 보겠지'하는 불안감이 절로 해소된 것 같다. 언제까지고 과거에 얽매일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다 잊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인 게 기억력은 쓸데없이 좋아서 그 때 겪은 일들은 아직도 잘 떠오르기 때문에. 현재는 인간 불신을 약간 덜어냈지만 여전히 속마움을 숨기는 혼돈의 광대로서 살아가고 있는데 완전히 옛날로는 돌아가기는 힘들더라도 조금은 타협점을 봐서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2주간의 킨텍스 후기였다.
그때 뵌 분들 정말로 반가웠고요 덕분에 즐겁게 행사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