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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 일본생활의 시작을 되돌아보다 -

M.H.Lee 2020. 10. 31. 21:57

현생+겜생으로 인해 정신없이 살아가는데다 코로나까지 겹쳐서 어디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전혀 나지 않다가

어느새 일본에서 산 지 3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서 그 시작점인 마치다 쪽을 돌아보려 했지만 요 근래 날씨가 영 좋지 않은지라 미루고 미루다 오늘, 드디어 화창한 날을 맞이하게 되었기에 회사에서 마련한 주거지인 츠루카와로 향했다.

츠루카와로 가려면 오다큐선을 탈 수 밖에 없어서 현 거주지인 사이타마에서 오다큐선 시발역인 신주쿠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3년 전에 출근길에 바라봤던 풍경을 감상하자 해서 일부러 각역정차를 타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오랜만에 가는 도보여행이라 설레서 그런지 유독 빨리 눈이 떠진지라 가는 도중에 잠깐 졸았는데 아무튼 도착.

참 변한게 하나도 없다... 역 앞에 있는 아버지에게 우미모노가타리(직역하면 바다이야기. 국내 오락실 문화의 몰락기를 가져온 원인이 된 그거랑 비슷한 거다)를 전수받은 빠칭코장도 건재하고,,,

옆에 있는 마트이자 지금도 집근처에 있어 자주 쓰는 마루에츠에서 쓸 포인트 적립용 카드를 만든 미디어 렌탈점도 건재하다. 여기서 걸장판 T카드를 만든게 벌써 3년...

여기서 내 일본생활이 시작되었다. 3년이란 세월이 흘러 건물 이름도 바뀌었고 회사랑 계약한 부동산회사가 바뀐건지 아닌건지 몰라도 아무튼 현재 회사 사택으로 제공되지 않는 듯 하다.

근데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회사 소유가 아닌데 자세한건 끝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아무튼 옛날 집도 찾아가 봤으니 남은건 마치다 역까지 걸어가는 것. 시즈오카에 있는 미시마 시보다는 낫지만 깡촌이라 아무것도 없어서 마치다에서 자주 놀곤 했었다. 왜 걸어가는지도 끝에서 설명한다.

걸어가면서 찍은 밭들인데 이게 심는 도중인지 이미 땅속에 씨를 뿌린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가 저런 상태에 직면해 있고 언젠가는 자라서 밭이 풍성해지는 때처럼 침체된 경제활동 등 인간사회 전반이 언젠가는 살아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던 풍경 되겠다.

거의 다와가서 헤매긴 했지만 어쨌든 마치다 시 도착. 츄니즘 본격적으로 입문하고 여러모로 리겜을 줄창 해오던 오락실들도 그대로다.

왔으니 해보는게 국룰. 이렇게 4시간 걸린 츠루카와~마치다 도보여행을 마무리지었다.

 

지금에야 밝히는 거지만 일본 취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버지나 고모가 예전에 일본에서 일하고계셔서 어렸을 적에 자주 갔던게 계기가 되었지만 본격적인 이유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국내 취업환경이 열악한 것과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하도 데인 게 많아서 도망치려고 한 게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처음 일본생활을 시작했을 때, 지금은 안좋은 일로 연을 끊게된 한국지사 전 과장이 회사에서 날라온 입사수순을 잘못 이해해서 예정보다 빨리 출국하게 되었다. 거기에 11월 입사에 그달 일한걸 다음달 급여로 주는 해괴한 시스템

(실제로 급여명세서 받을때 현재 월-1로 출력되어서 나온다. 이번 월급을 이달 25일에 받았으니 9월분 급여명세서로 나오는 그런 이상한 시스템)이라는 환상적인 시너지로 인해 부끄럽지만 집에 손을 빌리게 되었고 그때 마치다에 갈 차비를 아끼려고 걸어간 게 츠루카와~마치다 도보여행의 이유 되시겠다. 역은 2역 차이지만 거리가 좀 있어서 어지간한 수도권 역 대여섯 정거장 분량의 교통비를 받아가는데 그게 부담이 되어서 걸어간 것.

 

그리고 3년만에 다시 걸어간 길의 반 이상을 기억하고 있다는 내 길눈에 찬사를 보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초반부를 보내고 지금도 평온하게 살아가지만 커리어를 위해 아둥바둥대는 삶을 살고 있다.

 

다음 여행은 선로따라 여행이 될지도...?

 

아, 잊고 있었다. 완전한 사택이 아닌 이유는 방이 셰어 개념에다 같은 회사 사람들을 한 동에 안넣는 방식으로 넣는지라 완전한 사택이 아닌 것.